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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구치소 여자방은 연애중

정기자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구치소 9박10일 체험기 2

정찬희 기자 | 기사입력 2022/09/24 [12:43]

[2회] 구치소 여자방은 연애중

정기자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구치소 9박10일 체험기 2

정찬희 기자 | 입력 : 2022/09/24 [12:43]

 

이전 기사 보기: 인천구치소 여자방 입소 첫날은 어떤 모습일까:인뉴스TV (i-innews.com)

 

나무 상위에서 예전 문방구에서 파는 규격봉투, 규격편지지 위에 알록달록 예쁜 그림과 글씨를 너무나 예쁘게 쓰는 양팔뚝 문신녀라니.. 묘한 광경이었다.

 

구치소는 새벽 5시 50분 기상, 밤8시 부터 취침 준비로 9시 취침시간이 되어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구치소 담요를 덮고 잠을 청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구치소의 하루일과는 이러하다.


 

05:50   기상 (*방안 불이 점멸)

06:00   기상점검 물통 out and in (*지난밤의 물통이 나가고 새 뜨거운 물이 든 통 들어옴)

06:50   조식

08:00   보고전 노트 제출

08:30   물통 out

10:00   물통 in (뜨거운 물)

10:50   점심식사

12:00-13:00  라디오청취(*보라미방송)

13:30  물통 out (주말에는 시간변동있음)

15:00  물통 in (앗 뜨거)

15:30~16:00 우편물 내놓기 (*그 전에 교도관이 걷어갈 수 있음)

16:30  저녁점검

16:50  저녁식사

20:00  취침준비

21:00  전원취침


 

뜨거운 물이 든 물통이 왜 제공되는가 하면 구치소 거실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20리터 들통에 지급되는 뜨거운 물은 라면이나 커피를 마시는 온도의 뜨거운 물이 아니라서 하루에 한번정도 소지들(*같은 수용자이나 교도소 잡무를 하는 인원들)이 돌아다니며 라면, 커피용 열수는 필요로 하는 방에 따로 공급해준다.

 

그러면 설겆이나 샤워도 찬물에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 이다.

사실 죄짓고 들어온 사람들에게 물나오고 냉난방되는 방도 호사아닌가 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사실 참 생활이 열악하다.

 

두번째 날부터 구치소 밥을 먹게 되었는데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대형식당에서 대인원이 함께 먹는 것이 아니라 빨간 김치통들을 문구멍으로 내놓아 밥과 부식을 받아 방안에서 각자의 식판에 덜어먹는 형태였다. 수저와 젓가락, 식판모두 플라스틱.

 

인간적으로 그렇게 맛없는 쌀의 밥은 처음 먹어봤다.

누우~런 (누런이 아니다) 쌀에 찰기와 수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이게 쌀이고 밥이 되었다 라는 점만 알 수 있는 떡도 아닌 쌀 알 덩어리였다.

반찬은 3개 정도, 국 하나. 일주일에 두번 정도 양식 스타일의 메뉴가 나온다.

반찬들은 간혹 간이 맞는 것들이 있었지만 국은 건강을 위해 염도 0.7%에 맞춰 말이 건강식이지 밥부터 죄인취급을 받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 법무부 산하기관인 교정본부 브랜드 마크와 이미지   © 정찬희 기자


그리고 밥과 부식을 여러개의 빨간 들통에 지급받아 식판에 나누는데 인원이 많다보니 설겆이도 일이었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고 신입방 기본 제공 주방세제의 품질은 거의 물과 다를 바 없었다. 당번으로 돌아가며 하는데 기름진 음식 설겆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마약으로 들어온 베트남 여자가 나를 째려봤었다. 

 

식사는 법무부 예산으로 인당 가격이 책정되있는데 이 이야기는 꽤 기니 다른 편에서 월별 식단표 등도 소개하며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새벽에 눈을 뜨고 가부좌로 앉아 하나, 둘, 셋 번호끝 점오를 하고 밥을 먹고 다시 점오를 하고 나니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노역장 유치라고 하니 일을 시킬 것 같지만 실제는 노동 조차도 이를 신청하여 선발된 모범수들에게만 있는 혜택이었다. 하루종일 그저 일과에 따라 밥먹고 자는게 다였다. 보라미 방송이라고 나오는 테레비 방송도 채널3개에 뉴스, 드마라, 한국인의 밥상 같은 평이한 채널 뿐이었다. 그나마도 밤9시면 종료.

 

하지만 구치소 여자방도 사람사는 곳이라 다들 나름의 연애의 즐거움과 함께 소소한 영치금 벌이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펜팔이었다.

 

구치소 경험이 있는 30대 이하 여자 수용자들은 거의 하는 것 같았다.

대개 상대는 다른 구치소에 있는 남자 수용자들로 들어오기 전부터 아는 상대인 경우도 있고, 다른 수용자의 소개로 연결이 되는 경우 등 방법은 여러가지 였다.

 

앞의 여자 수용자가 편지를 놓고 쓰던 상은 밥상 겸 낮에는 거실에 상을 놓고 앉아있게 해서 탁자용도로도 쓰였는데(*일과시간에는 기대앉거나 눕는 자세 금지, 단 상을 펴놓고 엎드리는 것은 가능) 그 여자 수용자도 펜팔중이었다.

 

그 여자는 20대 후반이었는데 예전에 구치소 경험자로 누군가에게 소개를 받아 마약범과 펜팔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편지는 남편에게 쓰고 있던 것이라고.

 

▲ 알록달록 예쁘게 편지지를 꾸민다   © 정찬희 기자


펜팔을 하는 이유는 서신을 등기로 주고받다보니 통당 거의 4천원이나 드니 비용부담이 크고 너무나 지루한 생활속에서 이성을 만날 수 없다보니 외로워서 인데, 여자가 예쁘게 편지를 써주면 남자는 답장과 함께 외부지인 등을 통해 영치금을 넣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유사연애 라고 할 수 있었다. 좀 기묘하지만 감옥 내(內) 오래된 연애라이프라니 그냥 그런가부다 할 수 밖에.

참고로 다른 수용자들의 말에 따르면 남편살해 이은해도 펜팔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데 그렇게 금전이 오가다가 자칫 만나서 마음에 안들거나 데이트 폭력 살인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라는 물음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출소날짜를 모르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개인정보를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요?"

간혹 출소해서도 만나 사귀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했다.

 

감옥내에서는 외부 물품 반입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기 때문에 편지지, 편지봉투, 펜은 규격제품 밖에 없어서 연애편지를 만들어내기에 부족할 것 같지만 감옥안에서는 창조력이 발휘된다.

 

감옥 안 스터디셀러 '항소이유서' 를 구매하여 A4사이즈 편지지 대용으로 쓰고(*일반 편지지 사이즈는 B5) 봉투와 편지지는 사인펜을 이용하여 예쁜 글씨와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물품 개조는 벌칙 대상이라 금지되고 있지만 펜의 색을 조합하여 다양한 색을 쓰는 경우들도 있었다. 감옥은 별게 다 금지다. 하지만 그 금지된 속에서 무한한 확장력(?)을 만들어 내는게 사람이라는 아이러니.

 

한참을 편지 창조의 세계를 구경하다가 교도관의 호출로 고무신을 신고 문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