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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인천구치소는 둘째 날, 딱 한명과 통화를 하게 해준다

정기자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구치소 9박10일 체험기 3

정찬희 기자 | 기사입력 2022/09/25 [12:27]

[3회] 인천구치소는 둘째 날, 딱 한명과 통화를 하게 해준다

정기자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구치소 9박10일 체험기 3

정찬희 기자 | 입력 : 2022/09/25 [12:27]

 

구치소는 둘째날이 가장 바쁜 날이다.

첫날은 수속의 날이라면 둘째날은 간단한 건강검진과 수용자 본인이 선택한 단 한명과의 전화통화가 가능하다. 이래저래 여러가지를 하느라 둘째날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하루가 흘러간다.

 

입소할 때 지급받은 고무신을 신고 얼굴에 투명한 플라스틱 페이스 쉴드 캡(*언론에 이은해가 쓰고 나왔던 그 제품)을 쓰고, 교도관의 안내로 의료실로 갔다. 참고로 고무신은 앞코가 둥근 검정 혹은 하얀색으로 정말 불편하다. 하지만 교도소는 무엇보다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을 1순위로 생각하기 때문에 때려도 사람이 다치거나 죽지 않을(...) 재질의 물품을 쓰게 하다보니 편의는 후순위.

 

의료실에는 의사라기 보다 군복무 대체로 앉아있는 듯한 불친절한 젊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구치소에서 가장 불친절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후일담이지만 그는 진료도 잘 못 보고 코로나 방역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출소후 국민신문고로 민원 진행)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두들겨 나의 출소일자를 확인하고 지병 여부를 문진했다.

잠을 잘 못 자고 있다고 하니 수면제를 처방해주었다.

솔직히 귀를 의심했다. 수면제를 이렇게 쉽게 처방해준다고?

하지만 굳이 따질 건 아닌 것 같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참고로 이것도 후일담이지만 구치소는 정작 감기약, 파스, 진통제 같은 기본 의약품은 구매가 가능하다며 비치도 되어있지 않고 처방도 해주지 않고 자기 돈으로 사라고 한다.

 

그리고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바로 옆방으로 보냈다.

엑스레이 담당자는 친절했다. 피검사는 했었나 안했었나 기억이 안난다.

그렇게 간단한 건강검진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다.

 

  본 기자는 로봇체험관 사기사건을 장기간 취재하여 보도하였다가 허위사실 무죄, 사실적시 명예훼손 유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노역형을 택해 인천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사진은 검찰청 민원실에서 벌금 대체 노역형 상담을 위해 뽑은 번호표   © 정찬희 기자


원래는 구치소도 하루에 한번 운동시간, 정해진 면회가 있어서 건강검진 외에도 수용거실을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입소하면 격리실에서 일주일간(*본 기자 입소전에는 2주였다고 함) 운동도 면회도 금지된 채 죄형별 수감자 분류없이 입소순서대로 단체로 들어가 지내는 형태로 바뀌었다.

 

또 얼마간 방에 있으니 이번에도 교도관의 호출이 있었다.

입소사실을 가족 혹은 지인에게 직접 알릴 수 있게 약3분간의 통화를 하게 해준다는 것이었다.

딱 한통만 수용자가 지정하는 사람에게 걸 수 있는데 교도관의 폰으로 교도관 실에서 교도관이 녹취 및 청취를 하며 동석하여 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엄마를 선택했다.

교도관이 먼저 내가 말해준 번호로 여기가 구치소임과 함께 녹취 된다는 점 등을 안내하고 나와 상대방을 통화하게 해주었다.

 

엄마의 첫마디는 "지낼만하니? 오늘이라도 나올래?"

나는 벌금 대체 노역형이기 때문에 오늘이라도 돈만 내면 나올 수 있었다.

"지낼 만 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돈 아껴야죠."

 

교도관이 듣고 있고 밖의 가족 입장에서는 걱정이 태산일 것이기 때문에 일단 교도관님도 친절하고 밥도 먹을만하고 지낼만하다고 안심시키는 말들을 했다. 참고로 1일 구치소 벌금 10만원 환산이다. 이윽고 3분간의 대화가 끝나고 교도관은 나같은 사람이 제일 골치아프다며 제발 오늘이라도 출소하라고 여기 올 곳이 못된다며 친절하게 달달 볶았다.

 

수용거실에서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교도관과의 대화가 차라리 재미있었다.

"기자가 로봇체험관 사기 진상을 밝혀 보도했다고 사실이지만 유죄라는게 말이 되요? 판사가 유죄라니 온거지 저도 오고 싶어 왔겠어요? 그런데 이 똑같은 건으로 지금 한건 더 재판 진행중이라 또 올 가능성도 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니 교도관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 교도관은 계장이었고 구치소 앞에서는 내가 출소하는 날까지 매일 '범죄사실을 말한 것도 죄가 됩니까, 범죄자 보호악법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하라' 시위가 있었다.

 

▲ 구치소 입구 앞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새벽 시위 모습   © 정찬희 기자


통화를 마치고 돌아오니 또 밥시간이 되어 밥먹고 말을 걸어주는 수용자가 있어 이야기하다가 그냥 저냥 하루가 끝이 났다. 8시 부터는 취침준비시간이다.

 

그런데 원래 경범죄, 중범죄 등 범죄별로 분류를 해서 수용해야 하는데 내가 들어와있는 방은 코로나 기간 탓에 일단 들어온 순서대로 가두는 곳이라 범죄 종류도 다양한 여러 사람들과 함깨 지내는 곳이었다. 그녀들은 마약, 음주, 특수폭행, 상습절도, 사기 등등 여러가지 죄목들을 달고 있었다. 그 중에는 허름한 죄수복을 입고 있어도 눈에 띄는 젊은 미인들도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