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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그 여자들이 감옥에 온 이유는?

정기자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구치소 9박10일 체험기 4

정찬희 기자 | 기사입력 2022/09/29 [12:21]

[4회] 그 여자들이 감옥에 온 이유는?

정기자의 사실적시 명예훼손 구치소 9박10일 체험기 4

정찬희 기자 | 입력 : 2022/09/29 [12:21]

 

본 기자는 벌금을 내는 대신 '기자가 사기사건을 사실대로 보도하는 것도 유죄' 라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재를 알리기위해 (인천지검 2020고합390 허위사실 명예훼손 무죄, 사실적시 유죄)벌금 노역형을 택해 8월 24일 오후 인천구치소 격리실에 수감되었다.

 

그런데 코로나 시국 격리실이라고 하면 당연히 혼자서 지내는 곳이라고 상상하게 되지만, 실상은 공간부족으로 입소순서대로 다수의 인원이 한방에 1주일간 갇혀있는 것이었다. 다만 격리실이라 1주일간은 운동도 면회도 불가능.  다만 그 기간에도 서신작성 및 발송은 가능하다. 

 

▲ 구치소 내에서 영치금으로 구매가능한 편지지   © 정찬희 기자


그런데 대체 어떤 여자들이 구치소에 가는 걸까?

여러가지 죄목으로 수감이 되지만 본 기자가 수감되었던 당시 격리실에서 만난 중 기억나는 몇명의 여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놀랍게도 당시 그 방 최고의 흉악범은 특수폭행으로 들어와있던 10대 였다.

(*1주일 격리실 이후는 같은 벌금노역형 수용자들과 지냈는데 확실히 좀 다른 느낌이었다. 벌금노역 수용자 쪽이 확실히 좀 순진한 느낌)

 

음주운전: 20대 후반. 가정주부. 과거 가정환경의 어려움 등이 있었지만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함께 딸처럼 이뻐해주는 좋은 시어머니를 만나 이제 좀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음주운전으로 적발, 재판 불출석하여 체포되어 구치소 행. 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았다. 한잔이라도 마셨다면 누가 뭐라던 운전대는 잡지말자.

 

마약(베트남): 20대 중반. 최근에 본 기자가 본 중 가장 미인인 여자. 수인복을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도 눈길이 갈 정도. 전해들은 바로는 '친구대신 택배를 받았는데 그 안에 마약이 들어있었다' 고. 김00 이라는 이름을 봐서는 한국남자와 결혼전력이 있는 듯. 본인은 억울하다고 하는데 고급스러운 미인형이 아니고 어쩐지 그랬을거 같은 심증을 주는 분위기의 느낌. 

 

상습절도: 50대 중반. 남의 카드를 주워서 쓰다 걸려서 들어왔는데 변재도 하지 않고 벌금도 갚지 않아 들어온 케이스. 들어오던 날, 담배를 여러 보루 사서 가지고 있었는데 법정구속되고 전부 몰수 당했다고 억울해하고 있었다. 구치소에 담배는 반입금지 및 폐기다.

 

사기: 50대 후반, 초범. 판결문을 읽어보니 공범으로 적시된 인물이 전과 6범이라 뭔가 억울해보이긴 했다. 여기만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울며 몸져 누워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저 단순 금원 미변재 사건이 구속인데 로봇체험관 사기는 규모도 수법, 범행기간도 길고 큰데 왜 기소조차 안된건지 의아했음)

 

마약(한국): 20대 후반. 하얀피부에 웃는 얼굴이 그야말로 아기처럼 순수했다. 하지만 범죄사실이 순진하지 못한게 함정. 단순투약자라도 어쨋든 마약은 한국사회가 금지중. 그녀는 주사가 아닌 유리파이프에 가열하여 흡입하는 방식으로 1회 투약한 점이 범죄사실. 마약중독에도 급이 있는 모양이던데 자신은 가벼운 투약자인데 운반-유통-중증 중독자들과 한방에 갇히고 싶지 않다며 무서워함. 필리핀 살인 마약왕 박왕렬과 그녀가 당연히 같은 급 일 수는 없겠지만 이 기사는 착하게 살고 감옥에 가지말라고 알리기 위한 공익 기사인 바, 어쨋든 마약은 티끌같은 양이라도 절대 금지.

 

특수폭행 등: 10대. 헤어진 전남친이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며 성인인 지인 등과 함께 피해자를 방에 가두어 놓고 청테이프로 묶고 소주병으로 머리를 때리고 라이터 불로 지지는 등의 폭행을 한 사건. 방에 며칠있으면 별다른 일 없으면 어느정도 대화도 되고 서로 판결문도 보여주고 하는데 이 사건 판결문 보고 눈을 의심했다. 피해자에게 거액의 금전 보상을 했고 처벌불원을 받아 짧은 징역형을 받았고 (..할많하않) 미성년자라 곧 소년원으로 이감되었다.

 

그 소녀도 펜팔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문구를 예쁜 글자로 적고 있었다.

"여기 들어온 일에 대하여 반성하는 것이 아닌,

지난.. 당신과의 시간동안 부족했던 나를 반성하는 시간"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화장실은 뻥 뚫려 있고, 장판마저 편하게 누울 수 없게 설계된(?) 곳에서 각양각생의 성격과 성질을 가진 처음만나는 여러사람들과 지내는 일은 정말 기가 빨린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이런 구치소에도 돈이 있으면 쇼핑을 통해 약간은 숨통이 트이는 날들을 보낼 수 있다.

 

구치소에 매점이라도 있는거냐고 묻는 분들도 계신데 없다. 물건 사러 밖에 못나간다.

그러면 다음 기사에는 어떻게 그들은 물건을 사고, 감옥에서도 돈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건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오트리빈 같은 약을 비롯해 제철과일, 담요, 시계, 참기름 등등 다양한 품목을 살 수 있고 이러한 물품들을 교묘한 수법으로 갈취하는 수용자간의 괴롭힘도 있다.

 

(계속)